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의 올 1분기 대기업 대출 잔액은 22조2130억원으로 작년 4분기(19조6490억원)보다 13.0% 늘었다.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. 과거 대기업 거래 비중이 높았던 한일·상업은행이 합병해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은행(9.87%)은 물론 국민은행(5.41%), 신한은행(4.15%)의 대기업 대출 증가율을 웃돈다.
대기업 대출 확대 효과로 하나은행의 1분기 전체 원화 대출금 잔액도 274조4630억원으로 전분기(273조9720억원)에 비해 0.17% 늘었다. 4대 은행 중에선 신한은행(0.05%)만 대출금 잔액이 소폭 늘었을 뿐 국민은행(-0.58%)과 우리은행(-0.77%)은 전분기에 비해 축소됐다.
하나은행의 대기업 중심 대출자산 확대 전략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. 하나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.5% 증가한 9707억원을 기록하며 국민·신한은행(9315억원), 우리은행(8595억원) 등을 제치고 1위를 지켰다. 하나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 증가율도 전년 동기 대비 18.8%로 우리(12.3%)·국민(9.7%)·신한은행(8.1%)을 앞섰다.
하나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배경엔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‘1등 전략’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. 함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“하나금융 14개 자회사 가운데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”며 각 사에 1등 방안 마련을 주문했다. 올해 취임한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‘우량 자산 증대를 통한 1등 은행’을 목표로 대기업 대출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.
금융권에선 올 2분기에도 대기업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. 한국전력 회사채(한전채)와 은행채 등 신용등급 AAA의 우량 채권 발행이 계속되면서 채권시장에서 일반 회사채의 선호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.
문제는 불어난 대출의 건전성 관리다. 4대 은행의 1분기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0.01~0.12%로 소상공인 대출 연체율(0.21~0.41%)과 전체 대출 연체율(0.20~0.28%)에 비해 낮은 편이다. 하나은행은 대기업 연체율이 작년 4분기 0.03%에서 올 1분기 0.02%로 오히려 하락했다. 하지만 반도체와 화학 등 주요 제조업 침체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기업 대출 확대가 무리한 외형 확장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.
김보형 기자 kph21c@hankyung.com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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